인간실격을 읽고.
읽으면서 나까지 무기력해지는 기분이었다. 요즘 내가 무기력한 이유가 이 책을 읽어선가 싶기도 하고. 만약에 정말 그런 이유라면, 이 책은 진짜 잘 쓰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극중 인물의 감정을 느끼고 몰입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사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에는 전개 방식, 연출, 구성 등의 여러 요소가 필요하겠지만 번역본이기에 번역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보통의 영어원서 번역서적들을 보면 문장이 딱딱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번역투라 하여 문법적으로도 지양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번역에서 눈에 밟히는 게 많이 없었던 것 같다. 번역자의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언어 역시 한몫한다고 생각한다. 근본을 달리하는 영어와는 반대로 일본어는 한국어랑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번역할 때도 좀 더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언어를 배우고 싶었는데,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일본어 혹은 중국어를 배워보는 게 좋을듯하다. 운 좋게도 영주한테 중국어는 많이 배워볼 수 있을 것 같고, 나중에는 중국어로 대화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듯~! 언어를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한 계기는 일하면서 나만의 특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TF를 마치고 언어에 장점이 있어 원하는 부서로 전배 가는 모습을 보고, 내 미래를 생각해봤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특기는 뭘까. 객관적으로 증명 가능한 것 중에서 그나마 도전해볼 만한 것이 언어라는 생각이 든다.
요조는 자신의 무기력에 압도되어 결국 파국에 다다랐지만, 나는 무기력이 들 때 이를 극복해나가야 한다. 타인이 볼 때에는 주위의 모든 것이 완벽하고 행복해 보이지만 이유 모를 우울감 혹은 무기력에 빠지게 될 때, 그 원인은 항상 나에게 있음을 명심하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분명 머리로 알고 있으나 실천하지 않는 경우, 그리고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에 좀 그런 것 같다. 특히 이런 게 현상은 일이 바쁠 때 유독 느껴지는데, 앞으로는 더 바빠질 테니 대비해야지! 이런 마음가짐을 한번 더 가지게 해준, 우울하고 무기력하지만, 내게 도움이 되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