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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장길산 - 황석영 (19.04~19.08)

지훈생각 2019. 9. 4. 16:23

황석영 작가의 대하소설 장길산을 읽었다. 조정래 작가의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과 박경리 작가의 토지를 읽으며 대하소설을 읽는 게 좋아졌다. 길고도 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필력, 관찰력과 세밀한 묘사, 그리고 방대한 어휘력을 느끼다 보면 작가에 대한 존경심이 차오르며 괜시리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긴 호흡의 책을 다 읽어냈다는 뿌듯함과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의 무궁한 가능성을 느끼게 되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특히 조정래 작가는 이야기의 흡인력이, 박경리 작가는 세밀한 관찰력을 기반으로한 묘사가, 황석영 작가는 방대한 어휘력이 특장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늘 책 내용보다는 작가에게 먼저 관심이 간다.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이 이야기를 생각하고 글로 옮겼을 작가의 모습을 떠올린다. 작가의 생각하는 방식과 프로 정신은 늘 나에게 자극이 된다. 나와 같은 동족(=사람)인 작가도 하는데, 나도 노력만 한다면, 그 분야가 무엇이 되었든지 간에, 이러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조정래 작가의 인터뷰에서 느낀 그들의 피나는 노력과 천재성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내 분야에서 피나는 노력을 해서 역작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소설 장길산을 통해 정말 다양한 인간상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었다.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끈임없이 수련하고 대의를 꿈꿔 완벽해 보이나 인간적인 모습도 함께 가지는 리더 장길산

학문을 통해 익힌 것을 실제 생활에 적용해내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책사 김기

복잡한 세상이지만, 단순한 원칙으로 자신과 뜻을 함께하는 식구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갑송이, 감동이 외 구월산 식구들

한 때 큰 꿈을 꾸었지만 개인적인 실리를 위해 꿈과 동료를 버리는 고달근 

그 방향이 다소 엇갈리긴 했지만 늘 진실한 사랑을 추구하는 묘옥과 이경순

어려운 시절과 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옛시절 생각하지 못하고 자신의 아집에 빠져버린 최형기

경제 상황을 끈임없이 좇고 매점매석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송상 외 여러 상인들의 모습

 

그리고 이처럼 아둥바둥 살아나가지만 결국 지금에 와서는 한줌의 먼지로 남아버린 사람들. 어쩌면 내 인생을 복잡하게 만드는 건 나 스스로가 아닌지, 복잡하게 생각하면 끝도 없다. 내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아둥바둥 살아내었지만 지나고 보면 결국 먼지로 돌아가는 것일 뿐 아닐까. 그렇다고 해서 지금을 대충 살라는 게 결코 아니다. 괜히 다가오지 않은 불안하고도 복잡한 미래에 압도되어, 현재를 무기력으로 흘려보내지 말 것. 이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내 소임을 다 해내자. 대의를 꿈꾸고 준비하며 공부한 것을 끈임없이 실생활에 적용하는 한편, 주위 사람들과의 의리와 사랑을 실천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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